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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프라하 마지막 날 - 신시가지 산책, 쇼핑, 그리고 출국

by wander-nomad 2025. 2. 7.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은 여유로운 아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베오그라드였기 때문에, 베오그라드에서 1박 후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프라하 신시가지를 산책하며 마지막 쇼핑과 출국 준비를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라하 하면 구시가지와 프라하 성을 떠올리지만, 신시가지 역시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14세기 카를 4세가 계획한 이 지역은 19~20세기에 걸쳐 현대적인 건축물과 유서 깊은 유적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그 중심에 자리한 바츨라프 광장(Wenceslas Square)은 체코 현대사의 중요한 무대였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비롯해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이곳에서 펼쳐졌으며, 현재는 프라하의 주요 상업지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광장을 따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곳곳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쇼핑몰이 밀집해 있어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활기가 넘쳤습니다. 광장 끝에는 프라하 국립박물관(Národní muzeum)이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이 박물관은 체코 역사와 자연사를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를 통해 체코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곳이었습니다. 내부까지 둘러볼 시간적 여유는 없었지만, 거대한 돔과 정교한 장식이 돋보이는 외관만으로도 그 위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프라하 국립박물관 앞 계단에서 내려다본 바츨라프 광장의 전경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광장의 넓은 도로와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유럽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내부 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박물관 외관과 계단에서 바라보는 광장 전망은 꼭 감상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해 질 녘이 되면 건물에 조명이 켜지면서 더욱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풍경은 낮과 밤이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음 방문에서는 내부까지 둘러보며 체코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깊이 탐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츨라프 광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프란티슈카 정원은 도심 속 작은 쉼터로, 고즈넉한 분위기의 산책로와 벤치들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았습니다. 루체르나 궁전(Lucerna Passage) 내부에서 마주한 다비드 체르니(David Černý)의 ‘말을 탄 바츨라프’ 조각상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체코 출신의 현대미술가 다비드 체르니는 풍자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으로 유명한데, 이 조각상도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기존의 바츨라프 왕 기마상은 바츨라프 광장에서 위엄 있는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루체르나 궁전에 있는 이 작품은 완전히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뒤집힌 말 위에 앉아 있는 바츨라프 왕의 모습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체코 정치와 사회를 향한 체르니의 풍자적인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말은 축 늘어진 채 천장에 매달려 있고, 그 위에 태연하게 앉아 있는 바츨라프 왕의 모습은 기묘하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예술 작품이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전통과 현대, 권위와 풍자가 공존하는 프라하에서 이처럼 독창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프라하에서 마지막 점심은 바삭한 슈니첼과 부드러운 매쉬드 포테이토, 그리고 시원한 체코 맥주로 마무리했습니다. 슈니첼에 브라운소스가 곁들여지지 않아 간이 다소 심심할 것 같았지만, 예상과 달리 바삭한 슈니첼과 부드러운 매쉬드 포테이토의 조합이 놀라울 만큼 잘 어우러졌고,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 줄 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프라하 마지막 날 - 신시가지 산책, 쇼핑, 그리고 출국



출국 전 마지막 쇼핑에서는 향이 좋은 프라하 핸드크림과 에코백 등 선물용 쇼핑을 마친 뒤 호텔로 돌아와 맡겨둔 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호텔 앞 도로는 단체 관광객을 태운 대형 버스들로 인해 혼잡했고, 우리가 호출한 택시는 호텔 정문까지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호텔 포터와도 실랑이가 오갔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택시에 탑승했지만, 기사마저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며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로 인해 다소 불쾌한 마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호텔 파리 프라하’는 위치도 좋고 전반적인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던 곳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의 대응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선물용 쇼핑을 하면서 핸드크림 등 무게가 나가는 제품을 너무 많이 샀던 모양입니다. 결국 공항에서 수하물 무게 초과로 인해 바닥에 짐을 풀어 다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럭셔리 여행을 계획했던 취지가 무색해져 버렸어요. 베오그라드에서 인천으로 들어갈 때는 수하물 무게 여유가 충분해 걱정이 없었지만, 프라하에서 베오그라드로 갈 때는 미리 추가 요금을 내고 수하물 추가 신청을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조금 더 비용이 들더라도 공항에서 추가 수하물 요금을 내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항에서 급하게 짐을 다시 정리하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번거로웠고, 피로감을 더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비행기마저 2시간이나 지연되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베오그라드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베오그라드에 도착한 우리는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베오그라드 공항에서는 택시를 타기 전에 먼저 공항 데스크에서 목적지를 밝히고, 요금이 적힌 바우처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바우처를 택시 기사에게 건네면, 종이에 명시된 금액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바가지 요금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로 이동해 짧은 휴식을 취한 후, 다음 날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2주간의 동유럽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